촛불대선이 한창이다. 집약된 권력투쟁의 장이라는 점에서 대선공간은 일상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광장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민심은 촛불대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너무나 아쉬운 대선이다. 누구나 선출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선거공간의 특성 탓에 촛불시민혁명이 쳐냈던 적폐와 구악이 살아나고 있다. '거짓은 결코 참을 이길 수 없다'는 촛불의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나아가 그 촛불에 담긴 청년과 청소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한숨과 열망에 비추어 볼 때, 지금의 대선은 촛불대선이기보다 촛불의 실종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미·중 정상들의 언급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한반도 주변에서 미·중의 패권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 정치·경제적 양극화, 진영논리로 홍역을 앓으면서 국론분열로 통합력이 약화된 현재의 대한민국은 미·중의 패권전쟁을 막아내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속수무책으로 전쟁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후보가 민주당 대권주자가 될 것을 미리 상정하고 일부러 그를 공격하기 위해 북한 인권결의안 대목을 집어넣은 게 아니라는 것은 정상적 독해력을 갖고 책을 끝까지 읽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던 당시 사례를 교훈 삼아 같은 실수는 하지 말자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수구 보수세력은 저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무슨 엄청난 '보물'이라도 건진 양 문제의 대목만 딱 떼어내 '문재인, 북한 내통 의혹' 운운하며 그를 공격하는 재료로 삼았다. 송 전 장관이 가리키는 방향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 꼴이다. 오독(誤讀)도 이만저만 오독이 아니다.
최순실을 덮기 위한 '이불 개헌'은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짓이다. 애초 박근혜의 의도 역시 개헌이 되든지 말든지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단지, '최순실 이슈'를 '개헌 이슈'로 덮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간과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국민들은 (정치인들과 달리) '개헌 이슈'보다 '최순실 이슈'에 훨씬 더 관심이 많고, 분노하고, 의혹을 갖고, 황당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민순 회고록 이슈로 최순실 이슈를 덮으려 했지만 거꾸로 최순실 이슈가 회고록 이슈를 덮어버린 것처럼, 개헌 이슈로 최순실 이슈를 덮으려 해도 결국 최순실 이슈가 다시 개헌 이슈를 덮어버리게 될 것이다.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과 지지기반에는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효과가 매우 컸다. 박근혜가 누렸던 박정희 후광효과의 실체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비록 독재는 했지만 경제성장의 성과는 매우 좋았다는 점. 둘째, 비록 후반부에 사생활이 일부 문란하긴 했지만 대체로 공적 소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두 달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간 박근혜가 누렸던, 박정희 후광효과를 산산이 박살내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지금 박근혜는 경제성장 성과는 없는데, 독재적 통치를 하는 정권에 다름 아니다. 거기다가 측근과 비선실세로 국정문란을 하되, 오직 '뒷조사'와 '주먹'으로 방어하는 정권에 다름 아니다.